일요일 아침
이번 주의 쩌들음을 반성하고자 탄천교를 건너 강남구로 향한다. 우회전은 한강. 좌회전은 성남.
성남 방향으로 걷는다.
뛴다. 힘들다. 다시 걷는다.
다음 주를 계획한다.
여름의 기운에 산책로를 덮고 있던 풀들이 이제는 힘이 없다.
산책로에 귀뚜라미와 사마귀가 보이고 바람이 차갑다.
좋다.
김제의 코스모스 길이 보고 싶어졌다. 바다를 향해 달려가는 길에 펼쳐진 코스모스 길이 보고 싶어졌다.
탄천에서는 새가 물고기를 잡아 먹고 있다. 사냥을 해야지만 큰 식탁과 가득찬 음식을 가진 법인카드를 들고 있는 존재로 보인다.
이 길의 반환점은 태평역 인근. 산책로의 적은 사람들 덕에 고단함과 지난 주의 젖어듬을 탄천에 쏟아내며 걷다가 저 멀리서 코스모스가 보인다.
사진을 취미로 하는 중년의 남성 2명이 조리개 값을 놓고는 실랑이 중이다. 고급스럽다.
본인의 사진의 앵글을 못잡는 남편을 탓하는 아주머니와 땀을 흘리는 아저씨가 보인다. 아름답다.
아이는 도망가는 사마귀를 신기해한다. 정말 사마귀가 물면 몸에 사마귀가 생기는건가?
당장에라도 가락시장에서 알타리 무를 사고 계시는 엄마에게 전화해 오라고 하고 싶다. 하지만 안된다. 나도 엄마도 차가 없다.
10km를 걸었다. 나는 자유다.
이 정도 걸었으면 짬뽕을 먹어도 된다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고자 먹는다. 이것이 차돌인지 우삼겹인지 중요하지 않다. 불맛 소스를 넣었는지 볶아서 불맛을 내었는지 중요하지 않다. 나는 백종원도 안성재도 아니다.
이렇게 나의 주말이 완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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