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통도 역사가 없어도, 한국에서는 ‘문화’가 되는 순간
아침 출근길.
익숙하게 지하철 2호선 문이 열렸다.
그런데 오늘 풍경은 달랐다.
좌석 위, 손잡이, 기둥, 바닥, 스크린도어—
온통 초콜릿 스틱과 하트 그림으로 래핑된 열차가 서 있었다.
빼빼로데이 홍보 열차.
다들 무표정하게 타고 있었지만,
그 풍경은 누가 보아도 “오늘은 11월”임을 알리고 있었다.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역사적으로 아무 기반도 없는 날이
어떻게 이렇게 전 국민이 아는 ‘이벤트’가 되었을까?”
그리고 자연스럽게 궁금해졌다.
이 문화는 언제 시작됐고, 얼마나 확장되었을까?
기업들은 얼마나 벌고 있을까?
한국만 이런 건가?
지하철 안, 광고에 둘러싸인 채
나는 빼빼로데이의 전 과정을 되짚기 시작했다.
■ 빼빼로데이의 기원: 진짜 시작은 교실 책상 위
빼빼로데이는 공식적인 제정 역사도 없다.
국가가 만든 날도, 종교적 의미도 없다.
그 시작은 1990년대 부산·경남 지역 여중생들이었다.
- “빼빼로처럼 말라라”
- “친구에게 주고 받으며 마른 몸을 기원한다”
이런 유머와 놀이 속에서
11월 11일 = 1이 네 개 = 막대 모양
이 연결 고리가 만들어진 것.
기업이 만든 게 아니라
학생 문화 → 커뮤니티 → 지역 확산
이렇게 생겨났다.
그러다 롯데가 이 흐름을 발견했다.
그 다음은 다들 알고 있다.
전국으로 확산되고, 광고가 붙고, 포장 디자인이 진화되고
친구 → 썸 → 연인 → 직장 동료로 전파.
놀이는 어느새
하루짜리 마케팅 시즌이 되었다.
■ 언제부터 ‘국민 기념일’이 되었나
1990년대 후반 ~ 2000년대 초반
이 시기는 한국 소비문화가 빠르게 자리 잡던 시대다.
- 아이돌 문화 확대
- 인터넷의 시작
- 편의점 산업 성장
- 학교 기반 문화 확산
- “가볍고, 귀엽고, 사진 찍기 좋은 소비”의 등장
빼빼로데이는
그 모든 조건을 정확히 타고 올라갔다.
이 날은 부담이 없다.
비싸지 않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가볍게 웃을 수 있다.
한국 사회가 좋아하는 감정 카테고리 안으로 자연스럽게 들어왔다.
이건 강요된 문화가 아니라,
소비자가 스스로 선택하고 즐긴 문화다.
■ 기업은 무엇을 보았나: “이건 돈이 된다”
빼빼로 매출 규모
공식 집계는 없지만, 공개된 단서들을 종합하면
- 연매출 약 2,000억 원대
- 50개국 이상 수출
- 9~11월 시즌 매출 비중 약 40~50%
- 인도 생산라인 구축 약 330억 투자
즉, 단순한 과자가 아니다.
명확한 시즌 수요 + 감정 소비 + 반복 시장 = 안정적인 사업 모델
이 정도면 기업 입장에서
빼빼로데이는 11월의 블랙프라이데이 같은 존재다.
그리고 우리가 오늘 본 2호선 전체 래핑은,
그 공격적인 시즌 오퍼레이션의 한 조각일 뿐이다.
■ 경쟁자와 확장: 시장은 더 커졌다
빼빼로만 있는 게 아니다.
- 일본 글리코의 포키(Pocky)
- 한국 해태의 프리츠(FRZ)
- 각종 막대형 과자 브랜드
- 프리미엄 디저트·카페 협업 상품
- 수제 디저트 시장의 '빼빼로 케이크'
하나의 제품 카테고리가 생태계가 되었다.
요즘은 편의점에서
빼빼로 기프트 세트, 한정판, 포장 박스, 굿즈가 등장한다.
쿠키런·카카오프렌즈·아이돌과 콜라보도 한다.
과자는 더 이상 과자가 아니다.
기념일 상품이자 문화 아이템이다.
■ 토종 명절을 밀어낸 상업 이벤트라는 비판?
이 날은 농업인의 날이기도 하다.
그래서 “전통이 가려진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한국 사회 분위기는 이렇다.
- 강제하는 순간 반감이 생긴다
- 하지만 가볍게 즐기는 문화는 자연스럽게 흐른다
빼빼로데이는
“억지로 하라”가 아니라
**“그냥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귀여운 행사”**기 때문에
거부감이 적다.
이게 핵심이다.
기념일은 선택 가능한 문화일 때 가장 오래 간다.
■ 외국은 어떻게 보나?
해외 친구들에게 말하면 보통 이렇게 반응한다.
“과자 데이라고?”
“근데 왜 11월 11일?”
“그걸 다 같이 해?”
당연히 한국만큼 큰 파급력은 없다.
대신 해외에서는
- K-POP 팬덤이 SNS에서 따라하거나
- 한국 드라마 속 소품으로 알려지거나
- “한국식 귀여운 데이 문화”로 소개된다
그리고 흥미로운 건
중국은 같은 날 11/11을 ‘솔로데이(光棍节)’로 만든다.
하루가 달라진다.
한국 → 연인·친구·가벼운 선물 문화
중국 → 미국 블랙프라이데이를 능가한 쇼핑데이
한국식 소비 문화는 감성 기반,
중국식은 상거래 기반.
문화코드가 다르다.
■ 한국이 왜 이런 문화를 잘 만들까?
지하철 안에서 그 래핑 광고를 바라보며 드는 생각.
한국은
가벼운 감정 소비를 문화로 만드는 힘이 있다.
- 부담 없는 선물
- 귀여움 기반 브랜드 소비
- SNS 공유
- “함께 하는 이벤트” 선호
- 참여의 문턱이 낮음
전통이 없는데도
문화로 자리 잡는 이유는 간단하다.
사람들이 즐거움을 느끼기 때문이다.
문화는 누가 허락한다고 생기는 게 아니다.
사람들이 반복하면 어느 순간 그게 문화가 된다.
■ 오늘 2호선에서 느낀 결론
나는 빼빼로 하나 사지 않았다.
그냥 출근길이었다.
그러나 그 열차 안에서
한국 소비문화의 구조를 다시 보았다.
한국은 “재미”를 발견하면,
“시기”를 만들고,
“상품”을 붙이고,
“광고”로 확장하고,
“생활 속 풍경”으로 완성한다.
전통이 있어야 기념일이 되는 게 아니다.
한국에서는
누군가가 시작하고
사람이 따라오고
기업이 투자하면
그게 곧 기념일이다.
그리고 지하철 한 칸이
그 진화를 증명하고 있었다.
부서 이동·발령 인사 말하기 가이드 -새 부서 첫 인사 / 기존 팀 마지막 인사 / 메시지 템플릿 총
🧭 왜 무조건 준비해야 하는가부서 이동·발령은 회사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전환점입니다.새로운 관계 형성기존 팀과의 정리향후 평판 구조화특히 첫 인사와 마지막 인사는업무 커뮤니케이션
particleseoul.tistory.com
싫어했던 상사가 퇴사할 때, 어떻게 인사해야 할까?-감정은 숨기고 품격은 남기는 ‘MZ 직장인 퇴
🧭 들어가며: 왜 이 글이 필요한가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좋은 사람만 만나는 건 아닙니다.의견이 맞지 않았던 상사,업무 스타일이 불편했던 상사,혹은 인간적으로 거리감이 컸던 상사.어떤 감
particleseoul.tistory.com
직장인 필독: MZ세대가 알아야 할 ‘퇴직·정년 인사 매뉴얼’상황별(가벼운 관계·감사 관계·어
📘 서론: 왜 지금 ‘퇴직 인사 가이드’인가12월은 많은 조직에서 정년퇴직 및 명예퇴직 인사가 진행되는 시기입니다.최근 조직 문화가 수평화되고, 재택근무·온라인 협업 환경으로 변화하면
particleseoul.tistory.com
🏆 [MZ세대 필독] 직장 내 승진 축하, 어색함 없이 건네는 완벽한 인사말 가이드: 상황별, 관계별
최근 직장 내에서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기성세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본적인’ 대면 매너나 격식을 갖춘 인사에 어려움을 느끼거나, 정형화된 표현 대신 개
particleseoul.tistory.com
👑 호텔 뷔페, 품격 있게 즐기기 위한 완벽한 매뉴얼: '경험 많은' 당신처럼 행동하기
호텔 뷔페는 다양한 음식을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동시에, 격식 있는 만남의 장소이기도 합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 글 하나로 테이블 매너, 서비스 활용, 전문 용어, 계산 방식까지 완벽하
particleseoul.tistory.com
'나에게 이슈' 카테고리의 다른 글
| 🚻 여자들은 왜 함께 화장실을 갈까?— 심리학, 사회문화, 뇌 구조 차이로 풀어보는 흥미로운 행동의 과학 (0) | 2025.11.27 |
|---|---|
| 🌦️ 비가 오면 왜 이렇게 쌀쌀할까?❄️ 눈 오는 날은 왜 따뜻하게 느껴질까? (0) | 2025.11.27 |
| 치킨 뼈·생선 뼈·컵라면 용기·배달용기 분리수거 가이드: 재활용 가능성부터 지자체 기준·책임까지 (0) | 2025.11.02 |
| 정상회의에 나오는 ‘대통령 vs 총리’—왜 직함이 다르게 보일까? (0) | 2025.11.01 |
| 2025 가을 환절기 옷차림 완전정리 – 낮엔 덥고 아침저녁엔 추운 지금, 어떻게 입어야 할까? (0) | 2025.10.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