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직장생활에서 가장 자주 내뱉는 말이 있습니다.
“일은 할 만한데, 사람이 힘들다.”
업무 자체는 힘들어도 해낼 수 있습니다. 야근도, 프로젝트 압박도 버틸 수 있습니다. 그런데 유독 사람과의 관계에서 오는 피로감은 달라요. 특히 늘 타인을 평가하는 사람을 곁에 두어야 한다면 그 무게는 두 배로 커집니다.
나는 내 이야기를 그에게 했을 뿐인데, 그는 곧장 평가의 언어로 돌려줍니다. “그건 네가 잘못한 거야.” “그렇게 하면 안 되지.” 마치 내 이야기를 내 방식대로 경험할 권리조차 없다는 듯, 그는 곧장 내 삶에 점수를 매깁니다. 그리고 더 답답한 건, 나는 그를 받아주었다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그는 “네가 날 배려하지 않는다”고 서운함을 표현한다는 점이죠.
이런 순간, 마음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아, 그냥 이 관계를 끝내고 싶다. 차라리 모른 척하며 살면 얼마나 편할까.”
하지만 문제는 늘 그렇듯 직장이라는 공간은 우리가 사람을 선택할 수 없는 곳이라는 사실입니다. 협업해야 하고, 보고해야 하고, 함께 공유해야 하니까요.
심리학에서는 이런 상황을 설명할 때 **‘평가 성향(personal judgmental tendency)’**이라는 개념을 씁니다.
늘 타인을 평가하는 사람은 사실 자기 자신에게 불안이 많은 경우가 많습니다. 스스로 충분히 괜찮다고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타인과 비교하거나, 타인을 깎아내려 자신을 안정시키려는 심리가 작동합니다.
즉, 그가 나를 평가하는 건 사실 내 문제가 아니라 그의 심리적 결핍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는 거죠.
하지만 안다고 해서 덜 힘든 건 아닙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인간관계 속에서 늘 인정 욕구를 가지고 살기 때문입니다.
누군가 내 이야기를 그저 들어주기만 해도 큰 위로가 되는데, 거기에 ‘평가’가 섞이면 곧장 상처로 다가옵니다.
심리학자 페스팅어의 사회적 비교 이론은 이 점을 잘 설명합니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며 자존감을 확인합니다.
그래서 가까운 동료에게 받은 평가는 단순한 의견이 아니라, 곧 내 존재 자체에 대한 평가로 받아들여지는 거죠.
우리가 흔히 빠지는 딜레마가 있습니다.
“나는 받아주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는 서운하다고 한다.”
이것은 **기대 불일치 이론(expectancy violation theory)**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서로가 생각하는 ‘배려’의 기준이 다르고, 내가 준 것과 그가 원한 것이 다르기 때문에 오해가 생깁니다.
나는 그를 충분히 수용했다고 생각하지만, 그는 자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대접받지 못했다고 느끼는 거죠. 결국 문제는 누가 잘못했느냐가 아니라, 서로의 해석이 어긋난 데 있습니다.
문제는, 우리는 이런 관계를 도망칠 수 없다는 데 있습니다. 직장은 친구 관계와 달리, 원한다고 해서 끊어낼 수 있는 사이가 아니니까요. 그래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은 완전한 회피가 아니라, 적정한 거리 두기입니다.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경계 설정(boundary setting)**이라고 부릅니다. 즉, 상대방이 나를 평가할 때 그걸 감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대신, “저 사람은 원래 그런 성향을 가진 사람”이라고 마음속에서 정리하는 겁니다.
이때 중요한 건, 그들의 말이 내 정체성을 규정하지 못한다는 걸 아는 겁니다. 누군가 “너 그거 잘못했어”라고 말한다고 해서, 내가 곧 ‘잘못된 사람’이 되는 건 아닙니다. 우리는 스스로를 평가하는 힘, 즉 자기 존중감을 다시 회복해야 합니다.
현실적인 방법도 있습니다.
대화에서 불필요한 감정 소모를 줄이려면 비폭력 대화(NVC, Nonviolent Communication) 방식을 쓸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 ❌ “너는 항상 날 평가해” → 공격으로 들리기 쉽습니다.
- ⭕ “네가 내 이야기를 평가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 나는 불편하다” → 내 감정을 중심으로 표현하면 갈등이 줄어듭니다.
또한, 업무적인 부분은 최대한 문서화하는 게 좋습니다. 평가를 의견이 아니라 “사실 기록”으로 남기면, 감정 싸움이 줄어듭니다.
심리학자들은 직장 스트레스의 가장 큰 요인을 **‘통제할 수 없는 인간관계’**라고 말합니다.
2023년 고용노동부 조사에서도 직장인 스트레스 1위는 **인간관계 문제(62%)**였습니다.
즉, 선생님이 느끼는 고통은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모든 직장인이 공유하는 현실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마음을 지킬 수 있을까요?
우선, 인지적 거리 두기입니다. “그는 나를 평가하는 사람일 뿐, 그 말이 내 진짜 모습은 아니다.”
둘째, **자기 돌봄(self-care)**입니다. 직장에서 소진된 마음을 가족·친구·취미 같은 사적인 관계망으로 회복해야 합니다.
셋째, **회복 탄력성(resilience)**을 기르는 겁니다. 한마디에 무너지지 않고, 다시 중심을 잡는 힘을 기르는 것이죠.
결국 직장생활은 일이 힘든 게 아니라 사람이 힘든 겁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속에서 피할 수 없는 관계와 마주합니다. 하지만 그 관계를 다루는 과정에서 우리는 더 단단해집니다.
중요한 건, 상대의 평가가 나를 규정하게 두지 않는 것, 그리고 내 마음의 주도권을 내가 쥐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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